제 762 호 MZ세대가 불교를 다시 읽는 방식, 불교 코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교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불교는 더 이상 엄숙하고 거리감 있는 종교로만 머무르지 않고, 젊은 세대의 취향과 감각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어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진스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불교 관련 도서, 템플스테이 등의 사례는 불교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교 코어란
불교 코어는 일상복을 뜻하는 ‘놈코어’(normcore)와 불교를 합성한 말로,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교 철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패션·공간·굿즈 등 일상 전반에 접목한 라이프스타일 현상이다. 전통적인 종교 실천이라기보다, 불교의 상징이나 사유 방식을 보다 가볍고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즉 믿어야 하는 종교로서가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하는 일종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불교 코어 확산 배경
불교 코어 확산의 중심에는 ‘뉴진스님’으로 알려진 스님이 있다. 2025년 승려복 차림으로 불교박람회 EDM 무대에 올라 “극락도 락이다” 같은 유쾌한 표현으로 불교를 풀어내며 MZ세대에게 기존 종교 이미지와는 다른 인상을 남겼다. 당시 2025 불교박람회는 전년보다 관람객이 3배 이상 늘었고, 관람객의 80%가 2030세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등회와 뉴진스님 관련 영상도 SNS에서 1,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와 같은 불교의 해체적 태도는 불교를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부처상에 헤드셋을 씌우거나 불교를 현대적인 언어로 바꾸는 시도도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불교가 성취를 키우기보다 욕망을 줄이는 데 방점을 두는 종교라는 점에서, 경쟁과 불안 속에 놓인 청년층에게 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불교 코어 사례
불교 코어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들 수 있다.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불교가 놀이가 되고, 전통이 산업이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체험형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반야심경을 현대 음악과 결합한 ‘공 파티’, 관람객이 메시지를 뽑는 ‘공 뽑기’, 크리에이터 굿즈전, AI를 활용한 맞춤형 명상 프로그램 등이 마련됐다. 박람회에는 나흘 동안 25만 명이 방문해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방문객 가운데 2030세대는 73%였고, 무종교인 비중도 48%에 육박했다. 현장에는 2030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몰렸으며, 높은 관심 속에 현장 등록이 조기에 마감되기도 했다.
▲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포스터 (사진: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729)
▲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 (사진: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729)
불교 관련 상품의 확산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판매된 ‘깨닫다’ 티셔츠처럼, 부처나 불교의 메시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제작·판매되고 있다. 불교 관련 도서의 판매 증가도 두드러진다. ‘반야심경’ 관련 서적의 2030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9% 늘었고,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의 2030 독자 구매량도 58.6% 증가했다. 『초역 부처의 말』은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고, 『싯다르타』 역시 2030 독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템플스테이 참여자 가운데 20~30대 비중도 2019년 32.1%에서 2023년 40.7%로 증가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사진: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7938783)
이 밖에도 ‘나는 절로, 직지사’처럼 사찰을 배경으로 한 만남 프로그램, AI가 마음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명상법을 제안하는 국제선명상대회, 불교 기반 브랜드와 굿즈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 등은 불교가 더 이상 종교로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문화로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MZ세대는 불교에 끌리는가
MZ세대가 불교에 끌리는 데에는 불교의 개방적인 성격과 이를 접하는 방식의 변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한국리서치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10~20대를 중심으로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믿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외부의 절대자보다 자기 안을 돌아보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청년층에게는 부담이 적고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종교로 인식된다. 여기에 콘텐츠를 통한 접근성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블랙핑크 제니의 ‘ZEN’ 뮤직비디오 해석 영상처럼 불교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면서, 더 이상 낯선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템플스테이와 명상 같은 체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불교 코어의 한계
불교 코어를 둘러싸고는 상업화와 피상적 소비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나온다. 불교박람회에서는 예년보다 높아진 굿즈 가격과 불교 본연의 가치와 다소 거리가 있는 상품 구성, 수행과 성찰 중심의 부스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입장 대기와 사전 등록 혼선까지 겹치며 운영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불교 용어가 밈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청년층의 고통을 잠시 덜어주는 문화 소비에 머물 수 있다고 본다. 관심이 더 깊은 이해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열기 역시 일시적인 관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불교 코어의 확산, 그 다음은
▲ 불교코어 티셔츠 홍보 포스터 (사진: https://www.instagram.com/p/DH41mM4TTJQ/)
불교 코어는 단순히 종교가 젊어졌다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콘텐츠, 박람회,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관심이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확산이 콘텐츠와 행사 중심으로 빠르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도 관심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 결국 불교 코어의 지속적인 유지는 이러한 관심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