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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62 호 세컨핸드가 ‘힙’이 된 시대, 커지는 리커머스 시장

  • 작성일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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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9
김지연

  최근 세컨핸드 트렌드와 리커머스 시장이 유통 업계와 소비문화 전반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과거 중고 거래가 불황기 대안이나 개인 간 거래 중심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패션 플랫폼과 브랜드, 백화점까지 참여하는 유통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속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과 취향을 드러내려는 소비 성향이 맞물리면서, 세컨핸드와 리커머스는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세컨핸드와 리커머스 시장이란


  세컨핸드는 중고 거래로, 다른 사람이 한 차례 사용했거나 소유했던 물건을 다시 소비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중고 거래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패션 분야를 중심으로 더 자주 사용된다. 빈티지나 구제가 희소성 및 연식을 강조하는 표현이라면, 세컨핸드는 비교적 최근 상품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리커머스 시장은 세컨핸드 소비가 체계적인 시장 구조를 갖추어 발전한 형태이다. 단순한 개인 간 거래를 넘어 플랫폼이 검수와 정산을 담당하고, 브랜드와 유통사가 직접 재판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 거래를 자사 포인트와 연계하거나 재구매를 유도하는 구조도 등장하면서 리커머스는 하나의 유통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 달라지는 인식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2025년 43조 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역시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이 2023년 26조 원, 2024년 약 3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 국내 중고거래시장 규모 전망 (사진: https://www.mt.co.kr/living/2026/03/07/2026030511103018447)


  실제 거래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보다 53% 증가했고, 플랫폼 전체 거래 건수도 52% 늘었다. 무신사 유즈드 역시 서비스 초기와 비교해 거래액이 374% 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응답자의 61.7%가 중고 의류 소비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고, 최근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43.2%에 달했다. 최근 1년 내 중고 물품을 구매한 경험은 10대 64.0%, 20대 68.0%, 30대 62.0%, 40대 59.0%, 50대 51.0%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이용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세컨핸드가 젊은 세대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커머스 시장 사례

▲ 동묘 빈티지샵 추천 (사진: https://www.instagram.com/p/C2ev9rhLJSH/)


  리커머스 시장의 변화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동묘이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중심의 중고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102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까지 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값이 저렴할 뿐 아니라, 직접 골목을 돌며 자신만의 물건을 찾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즐길 거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번개장터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1000만 명, 월간 거래액은 평균 8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용자의 60% 이상이 2030세대이며, 글로벌 거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중고 거래가 해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패션 플랫폼과 브랜드, 유통업계 역시 직접 리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유즈드’를 통해 중고 거래 서비스를 확장했고,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보유한 중고 제품을 보내면 포인트로 보상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LF와 코오롱FnC 역시 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리세일 구조를 구축하거나 타사 브랜드까지 확대하며 리커머스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중고 거래가 더 이상 일부 플랫폼만의 영역이 아니라, 브랜드와 유통사가 직접 관리하는 공식 유통 구조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무신사 유즈드 (사진: https://www.musinsa.com/content/1406910873747760340)


리커머스 시장의 성장 배경


  리커머스 시장 확대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고물가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중고 의류 구매 경험자들은 ‘저렴한 가격’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의 79.1%는 중고 의류를 합리적인 소비 방식으로 인식했고, ‘정가보다 저렴해서 좋다’는 응답은 81.4%, ‘새 상품을 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32.0%였다.


  이와 더불어 패스트 패션에 대한 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의류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이미 생산된 제품을 다시 사용하는 소비가 환경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고 거래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가치소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소비 심리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리커머스는 단순히 저렴해서 구매하는 것을 넘어, 가격의 타당성과 재판매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는 희소성이나 브랜드 가치까지 따져 구매를 결정하며, 환경을 고려한 소비라는 만족감도 얻는다. 또한 하나의 물건을 오래 소유하기보다, 경험한 뒤 다시 판매하고 다음 소비로 이어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한정판이나 희소 상품을 찾기 위한 중고 거래 이용이 늘고 있으며, 취향 탐색과 재소비가 연결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소비문화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


  리커머스 확산은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는 단계에서부터 재판매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 하나의 중고 거래가 또 다른 중고 거래로 이어지는 소비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중고 의류 판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0.4%에 달했으며, 판매 이유로는 ‘버리기 아까워서’와 ‘잘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유통업계에서는 락인 효과도 나타난다. 고객이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포인트를 받으면, 그 포인트는 다시 같은 브랜드나 플랫폼 안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를 활용해 고객이 자사 유통망 안에서 중고 거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리세일 보상을 자사몰 포인트로 지급해 재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중고 의류 구매 시 가장 크게 우려하는 요소로는 제품 상태 불량 50.8%, 거래 사기 44.7%, 가품 우려 37.7%가 꼽혔다. 향후 중고 의류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는 응답은 높지만, 품질 차이와 신뢰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리커머스 시장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거래 편의성뿐 아니라 검수, 품질 관리, 소비자 보호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확산되는 리커머스, 앞으로의 과제


  세컨핸드 트렌드와 리커머스 시장의 확대는 단순한 중고 거래 증가로만 볼 수 없다. 고물가에 대응하려는 실속 소비, 패스트 패션에 대한 피로감, 가치소비와 취향 소비, 재판매까지 고려하는 순환형 소비가 한데 맞물리며 새로운 시장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확대가 곧바로 건강한 소비문화의 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리커머스 시장은 거래 신뢰와 품질 관리,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세컨핸드가 하나의 주류 흐름으로 떠오른 지금, 리커머스 시장은 앞으로의 소비문화와 유통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김지연 기자